균열 후의 현무암
영원한 밤

균열 후의 현무암

ROV의 차가운 LED 조명이 해저면을 훑고 지나가는 순간, 수백만 년의 지구 역사가 불과 몇 미터 앞에 생생하게 펼쳐진다. 중앙해령을 따라 갓 분출된 베개 현무암이 유리질 표면에 금속 광택을 띠며 드러나고, 급격한 냉각으로 생긴 수축 균열과 부서진 용암 껍질이 이 지형이 얼마나 최근에 형성되었는지를 웅변한다. 수압이 대기압의 수백 배에 달하는 이 공간에서는 태양빛 한 줄기도 닿지 않으며, 오직 ROV의 좁은 빛 원뿔만이 어둠을 가르고 그 너머는 순수한 무(無)로 이어진다. 해수 수온이 2도를 밑도는 이 무거운 침묵 속에서 마린 스노우가 조명 안으로 천천히 내려앉으며, 표층 생태계의 잔해가 이 극한의 공간까지 흘러드는 유기물 연결고리를 조용히 증언한다. 빛 원뿔 경계 너머 아득한 어둠 속에서 이따금 청록빛 생물발광이 희미하게 명멸하며, 화학합성에 의존하는 생명체들이 이 영원한 밤 속에서도 압력과 냉기를 견디며 살아가고 있음을 암시한다.

Other languag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