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V의 전방 카메라가 포착한 이 장면에서, 탐사선은 해저에서 까마득히 떨어진 수중 허공에 정지해 있으며 사방 어디에도 해저면도, 생물도, 어떠한 기준점도 존재하지 않는다. 한 쌍의 전방 조명이 원뿔형 빛줄기를 만들어 내지만, 그 빛은 불과 몇 미터 앞에서 순식간에 암흑 속으로 삼켜지고, 그 짧은 빛의 통로 안에서만 수백만 개의 해양 설편(marine snow)이 사선으로 부유하며 흘러내린다. 이 눈송이들은 표층에서 죽은 플랑크톤, 배설물 집괴, 점액질 파편이 수십 일에 걸쳐 가라앉으며 형성된 것으로, 심해의 탄소 순환을 지탱하는 생물펌프(biological pump)의 실체이며 지금 이 순간에도 유기물을 심해저로 운반하고 있다. 수온은 섭씨 2도 안팎이며 수압은 200기압을 훌쩍 넘어, 인간의 몸이라면 단 1초도 버틸 수 없는 물리적 한계 속에서 ROV의 티타늄 하우징만이 그 압력을 묵묵히 견디고 있다. 프레임 가장자리에 희미하게 깜박이는 붉고 푸른 계기 불빛들만이 이 무한한 중층수 허공에서 탐사선의 존재를 증언하며, 빛 밖의 세계는 어떤 태양도, 어떤 윤곽도 없이 영원한 어둠 속에 잠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