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 산란의 베일
산호초

황혼 산란의 베일

열대 바다의 황혼 무렵, 수면에서 스며드는 장밋빛과 라벤더빛 햇살이 맑고 투명한 수층을 가로질러 번지며, 부드러운 신의 광선이 탄산칼슘으로 빚어진 봄미들 위에서 출렁이는 코스틱 패턴을 그려낸다. 수심 몇 미터에 불과한 이 상부 전방 암초에서 수압은 아직 대기압의 두 배를 갓 넘는 수준이며, 수온은 26~28도를 유지하는 가운데 산호충들이 분비한 탄산칼슘 골격이 수천 년에 걸쳐 쌓아 올린 거대한 석회암 구조물이 해저를 장악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 산호들은 일제히 산란을 시작하여 수정란과 정자가 결합한 옅은 분홍빛 구체들이 마치 뒤집힌 눈송이처럼 수면을 향해 조용히 떠오르고, 이 장관을 기다려 온 플랑크톤 포식자들이 봄미 주변에 무리 지어 떠있으며 한 마리의 부리고기는 탄산칼슘 암초를 쪼아 조류를 긁어먹는다. 촉수 사이에 흰동가리를 품은 말미잘과 전류에 몸을 맡겨 나부끼는 부채산호가 이 고요하고 찬란한 세계를 채우며, 인간의 시선이 닿은 적 없는 이 암초는 오직 바다 자신의 리듬 속에서 황혼의 산란 의식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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