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 산호초 사이를 가로지르는 이 좁은 수로에서는, 외해에서 밀려온 파도가 석회암 바닥을 쉼 없이 쓸며 지나간다. 오랜 세월 물살에 연마된 바닥에는 얕은 홈과 조개껍데기 모양의 파인 자국들이 새겨져 있고, 수로 양편으로는 가지산호(Acropora)가 촘촘한 덤불을 이루며 솟아올라 있다. 수면에서 굴절된 열대 햇빛이 파도 무늬 그대로 수중으로 쏟아지며, 코스틱 빛의 그물망이 산호 가지와 석회암 바닥, 물고기 비늘 위를 쉼 없이 미끄러진다. 수백 마리의 작은 무리 물고기들이 파도의 흐름에 몸을 맡겨 리본처럼 하나로 출렁이는 사이, 앵무고기(parrotfish)는 강한 이빨로 산호석을 갉아내어 탄산칼슘을 모래로 되돌리는 생지화학적 순환의 한 고리를 묵묵히 이어간다. 수온 25도 안팎의 맑고 산소가 풍부한 물 속에서, 수로 한편 잔잔한 틈새의 말미잘에 기대어 사는 흰동가리는 이 생태계가 인간의 눈길이나 손길 없이도 아주 오래전부터 이렇게 완전하게 살아 숨 쉬어 왔음을 말없이 증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