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산호 절벽
대륙사면

검은 산호 절벽

수심 780미터, 대륙 사면의 가파른 암벽이 어둠 속으로 끊어질 듯 이어지며 그 아래는 곧바로 남청색 허공으로 사라진다. 암반 표면은 단층과 침식이 새긴 선반과 좁은 틈새로 갈라져 있고, 그 사이사이에서 안티파타리아 검은 산호 가지들이 정교한 실루엣을 이루며 비스듬한 흐름 속으로 뻗어 있다—골격 자체는 검지만 조직은 연한 폴립으로 덮여 있어, 윤곽만이 희미한 남색 빛 속에 떠오른다. 규산질 격자로 이루어진 유리해면은 거의 투명하게 빛을 머금어 차가운 물속에서 유령처럼 발광하고, 바다나리의 깃털 같은 팔들은 느린 등심류(等深流)를 향해 펼쳐진 채 플랑크톤 입자를 걸러낸다. 해저 가까이에는 해저 분지에서 운반된 퇴적물이 암반 선반에 얇게 드리워져 있고, 희미한 저층 탁도층이 해설처럼 유유히 흘러 지나가며, 그 너머 수층에서는 요각류와 소형 갑각류의 생체발광 점광원들이 빙점 가까운 물속에 조용히 깜박인다. 이 깊이에서 태양빛은 이미 전체 에너지의 1퍼센트 미만으로 감쇠해 있어 광합성은 불가능하고, 약 80기압에 달하는 압력이 모든 생물의 형태와 생리를 빚어내며, 소리도 진동도 없는 이 절벽은 인간의 흔적이 닿지 않은 채 스스로의 시간 속에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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