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 첨봉 미로
해산 정상

가성 첨봉 미로

파도가 넘실거리는 수면 바로 아래, 검은 현무암 첨탑들이 해저 화산의 정상부를 따라 촘촘히 솟아올라 미로 같은 통로를 이루고, 그 사이사이로 순수한 태양빛이 쏟아져 내리며 물결 모양의 코스틱 광선이 젖은 암벽 위를 쉼 없이 달린다. 이 얕은 해산 정상부는 수압이 대기압의 두세 배에 불과하지만, 조류가 기복 있는 지형과 충돌하며 내부파와 용승류를 일으켜 영양염이 풍부한 심층수를 끊임없이 위로 밀어올리고, 그 결과 부유 플랑크톤이 청록색 물기둥 속을 눈송이처럼 떠다닌다. 레인보우 러너들이 좁은 파란 회랑 사이를 화살처럼 가르는 동안, 전갱이 무리는 정상 캡 위에서 소용돌이치듯 선회하고 다랑어들은 낙하 지점 근처에서 먹잇감 무리 속을 가로지르며 이 외해의 오아시스가 얼마나 생산적인지를 온몸으로 증언한다. 정상부의 가장자리가 열린 심해의 짙은 코발트빛 속으로 가파르게 가라앉기 시작하는 경계에는 조류를 받아 휘어진 부채산호가 암반 턱을 장식하고, 그보다 조금 깊은 그늘진 사면에는 철사처럼 가느다란 검은산호 군락이 어둠 속으로 이어지며, 인간의 시선도 장비도 없는 이 먼 바다 한복판에서 수백만 년에 걸쳐 쌓아온 화산의 정적이 물속에 조용히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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