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바로 아래, 바람에 일렁이는 물결 사이로 열대의 강렬한 햇빛이 쏟아지며 청록빛 바닷물을 굵은 신의 광선으로 가득 채운다. 수만 마리의 정어리 떼가 살아 숨 쉬는 은빛 장벽처럼 사방을 에워싸며, 수면 가까운 수온약층 위에서 수십만 개의 비늘이 빛을 반사해 마치 거대한 하나의 생명체처럼 파동치고 접혔다 펼쳐진다. 이 무리는 포식자의 압박에 맞서 개체들이 찰나의 순간에 방향을 맞추어 움직이는 집단 방어 행동, 즉 플래시 확장과 수렴을 반복하며 수압이 아직 1기압에 가까운 이 상층부를 그들만의 유동적인 건축물로 채운다. 황다랑어와 돌고래들이 유선형의 몸을 비틀며 무리를 가로질러 번개처럼 내달리고, 그들이 지나간 자리에는 잠깐의 공백이 열렸다가 순식간에 다시 은빛으로 봉합된다. 발아래로 시선을 옮기면 따뜻하고 밝은 표층 아래로 코발트빛 심연이 서늘하게 입을 벌리고 있어, 이 찬란한 생명의 소용돌이가 광활하고 무심한 바다 위에 얼마나 얇게 걸쳐 있는지를 새삼 깨닫게 한다.